소리, 춤, 연기가 어우러진 종합예술 ‘여성국극’. 여성이 모든 배역을 연기하는 독특한 창극 무대로 195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여성 예술가들에게 인기와 명성, 부를 안긴다. 소리 하나는 타고난 목포 소녀 정년은 국극단에 들어가 부자가 되는 것을 꿈꾼다. 과연 정년은 스타가, 새로운 ‘내’가 될 수 있을까?

1950년대를 이끈 최고의 대중예술, 여성국극.

그 속에서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

1948년 여성국악인들로 조직된 ‘여성국악동호회’가 노래, 춤, 연기를 어우러 만든 종합예술, 여성국극. 연기로 승부를 거는 연극과 다르고 한 사람이 모든 배역을 맡는 판소리와도 다르다. 춘향이와 향단이, 방자와 이몽룡 등 모든 배역을 여성배우가 연기하는 독특한 장르로 여성관객들에게 열성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남역(男役)을 주연한 배우들은 남장을 한 채 웨딩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과 혈서 팬레터를 받았다는 해프닝이 내려올 만큼 195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국극 열풍은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향유한 대중예술이란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무대 위에 선 국극배우들은 그간 남성배우들이 연기하던 배역을 맡아,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었다. 능글맞은 방자, 불같은 사랑에 빠진 이몽룡, 늠름한 호동왕자… 관객들은 그들의 전복적인 연기를 보며 해방감과 설렘을 느꼈다. 사랑과 구원을 기다리는 것을 넘어 자신들만의 표현양식으로 새로운 '내'가 되고자 했던 여성예술가들. 『정년이』는 여성국극의 전성기였던 195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그들의 치열하고 눈부셨던 예술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만나 무대 위 자유를 무대 밖 세상으로―

순수하게 꿈꾸고 자유롭게 누비는 여성들의 국극 무대, 개막!

우여곡절 끝에 연구생 자선공연 「춘향전」에서 방자 역할을 맡게 된 정년. 첫 무대에 큰 역할을 맡아 기쁜 마음도 잠시, 처음으로 도전하는 남자 연기가 어렵고 어색하기만 하다. 게다가 남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를 도우다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를 받고 마음은 더욱 심란해진다. 대체 남자란, 남자다움이란 무엇일까?

그런 정년 앞에 나타난 '고사장'. 중절모와 정장을 착용하고 능글맞게 구는 것이 정년의 눈에 탐탁지 않지만, 남학생들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고사장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겉모습만 다를 뿐인데 어째서 고사장은 남학생들을 겁먹게 할 수 있었을까. 고사장은 여성으로서 정해진 역할을 거스르고, 스스로가 정한 모습이 되고자 했던 과거를 들려준다. 이를 들은 정년은 자신이 정의한 방자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며 넓은 세상을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또다른 자신이 되는 재미를 어렴풋이 알아가는 정년. 순수한 노력과 때묻지 않는 열정을 안고 무대 위로, 세상을 향해 첫발을 디딘다.


자선공연을 마친 정년은 매란국극단의 연구생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방에서 가요를 불렀다가 단장에게 들켜 극단에서 쫓겨날 신세에 처한다. 오갈 데 없는 정년에게 다가간 방송국 관계자는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건네지만 정년의 남다른 출생에 더 관심을 갖는 듯한데… 성공과 예술, 그 사이 자신의 꿈을 향한 정년의 세 번째 이야기.


드라마화, 2023년 국립극장 창극 제작 확정!

오늘날 우리를 뒤흔드는, 끝나지 않는 『정년이」의 예술과 사랑 이야기

보수적인 배역 선발에 한계를 느낀 도앵은 자신의 부족함 또한 인정하고 새 출발을 위해 매란을 나온다. 이윽고 시작된 매란국극단의 정기공연 「자명고」. 모두가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며 합을 맞춰가던 중 역할에 몰입한 정년은 대본에 없는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 정년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지지만 정작 선배 옥경과 팬 부용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단행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 단편만화 「조연의 일」 수록

이렇다 할 꿈도 목표도 없이 도앵의 등만 바라보며 살아온 숙영. 함께 선생님이 되자는 어린 시절 도앵과의 약속을 기억하며 도앵과 교사가 될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졸업이 다가오자 도앵이 교사의 꿈을 접고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데…